▲ 입원 중 나왔던 병원 밥. 적지도, 많지도 않고 딱 적당량의 밥만 나왔었다.
대상포진에 걸려 7일 정도를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통증은 통증완화제 약을 먹으니 좀 나았고, 퇴원할 날이 되니 뭔가 아쉽더라. 아직 다 낫지도 못했는데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너무 싫었다.
이제 일상으로 복귀했다. 오늘은 출근도 했다. 약에 취해 멍한 채로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채로 일했지만 (사장은 영업실적가지고 쪼는건 여전하고, 회사는 말도 안되게 토요일날 오전9시에 회의를 잡고, 이런 짜증나는 일들이 있었지만 무시하기로 하자.) 일상은 일상대로 잘 흘러갔다.
대상포진으로 입원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영업사원들에 대해 정리해볼까 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원했는데, 워낙 별별 사람들을 다 만나봐서 정리라도 해보려고. 진짜 신기했거든.
1. 과일 영업 아줌마
세상에나 이런 영업사원이 있을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여느때처럼 아침을 먹고 자고, 점심 즈음 일어나니 내 식탁 위에 과일이 있었다. 이게 뭐지?? 어떤 여고생이 꽃대신 과일을 줬나?? 독사과인가?? 정말 별별 생각들을 다했는데, 알고보니 과일 샘플을 과일 영업하시는 아주머니가 놓고 가셨던 것. 샘플로 맛을 보고, 맛이 괜찮다 싶으면 며칠동안 결제하는 방식이었다. 굉장히 신선했다. 어차피 2달, 3달 입원하는 환자도 있고, 이들은 병원 밥 대신 다른 것도 먹고 싶을 것 아닌가. 제일 건강식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 과일인데, 괜찮은 영업 방식이다 싶었다. 본 사람들 중 가장 쌈박한 사람이었다.
2. 예수믿으세요, 기독교아줌마
이분은 지하철 말고 병실에서도 나타나더라. 간단하게 물티슈만 주고 가셨다. 지금 그 물티슈는 아이 똥닦는데 사용하고 있다.
3. 천주교아줌마
일단, 본인은 견진성사까지 받고 결혼식도 성당에서 했으나 냉담자이다. 유아세례도 받았으나, 아이의 경우 본인이 종교에 대해 선택할 수 있도록 유아세례는 하지 않았다.
XX성당에서 환우기도를 해주신다고 느닷없이 병실에 들이닥쳤다. 이분들이 처음 마주친 사람은 환갑이고 자존심이 매우 강하신 아저씨였는데, 불행히도 살짝 옆으로 빠진 기독교도였다. 천주교 신자라고 이분들이 얘기하니 "당신들 역사공부는 하시오? 십자군전쟁때 천주교가 사람 얼마나 많이 죽였는지 알아?" 하더라. 그분들은 웃더니 곧바로 내게 오셨다. 그래서 안타까워보이기도 했고, 환우기도해주신다고 하니 같이 기도했다.
그리고 조금 질문들을 했다. 일단 본인의 경우, 예전에는 천주교가 기독교처럼 포교활동을 무작정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지 않아서 좋아했었는데, 요즘은 이렇게 병실에도 들이닥치는 등 포교가 공격적으로 바뀐 것 같다 등등의 이야기. 그분들은 '강제적'으로 포교하는게 아니라고 하는데, 좀 이해가 안됐다. 내 결론으로는, 이제 천주교는 포교에 있어 조금 공격적으로 변했다. 설사 듣는 사람이 기분나빠하더라도. 약간 기독교식으로 바뀐 것이 매우 유감이다.
4. 야쿠르트 아줌마
이분들은 야쿠르트 박스를 들고 왔다갔다하시더라. 어떻게 보면 가장 상상할 수 있는 영업하시는 분이었다.
이상.
by 곰돌이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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