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은, 이희호 여사의 자서전 '동행'을 읽고 그 글귀를 적은 포스팅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사형수로부터 대통령이 된 사람의 동반자로 살아온 것이 46년(2008년까지)의 세월이다. 이희호여사 아버지는 세브란스 의전을 나온 의사였다.
p.16
이화여고 시절, 120명이 입학해 4년 후 100명이 좋업했다.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 서울출신이 많았고 경기, 강원 출신이 조금 있었으며 남쪽지방인 충청, 전라, 경상도 출신은 극소수였다.
p.65
책벌레 김대중. 김대중은 노모와 어린 두 아들을 거느린 가난한 남자였다. 그 뿐만 아니라 그의 셋방에는 앓아누운 여동생도 있었다. 또한 그는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정치 재수생이었다.
p.69
파고다공원에서 김대중은 이희호에게 이렇게 프로포즈했다. "당신도 알고 있듯이 나는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원대한 꿈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 땅에 참된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나는 당신을 필요로 하며 나와 아이들을 돌보아 주기를 바랍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p.119
김대중. 1980년 군사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이후 큰 며느리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부부는 한몸이며, 한 생각이며, 한 느낌이며, 한 행동 속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남편의 일에 관심을 갖고 도우라는 것은 결코 남편 일에 간섭하고 남편을 지배하자는 것이 아니다. 현명한 아내는 남편의 일에 완전한 지식과 판단을 가지면서 이를 남편에게 강요하지 않고 남편 스스로가 자기능력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암시하고 겸손하게 조언하되 언제나 그 최후결정은 남편이 내리는 형식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 헌신하되 간섭하지 않고 지배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고 기다리는 아내."
p.134
김대중씨가 도쿄호텔에서 행방불명(납치). 1973년 8월 8일.
바다에 던져 수장하려고 몸을 나무판에 누이고 끈으로 꽁꽁 묶었다. 게다가 손과 발에 무거운 추를 달아매기에 이제 꼼짝없이 죽었구나,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살아갈 수 있을지를 궁리하고 있을 때 돌연 예수님이 나타나셨다.
납치당한 후 줄곧 기도를 했는데 정작 이 때에 살아날 궁리를 하느라 기도할 생각을 못했다. 예수님의 옷자락을 붙들고 매달렸다. 살려주십시오! 제게는 아직 할일이 남아 있습니다. 국민들을 위해 할일이 있습니다. 구해주십시오! 그 순간 쿵, 쿵 소리와 함께 비행기다! 하고 외치면 사람들이 몰려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한동안 배가 속도를 내며 요동을 쳤다. 그러더니 잠잠해진 다음에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남자가 말했다.
"혹시 김대중 선생님 아니십니까?"
"그렇소."
"나는 부산에서 선생님께 투표했습니다. 이제 살았습니다."
"여기가 어디요?"
"도쿠시마(徳島)입니다."
동여맨 결박을 풀었다. 이때부터 마실것과 먹을 것을 주었다. 눈은 여전히 가린 채였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1973년 8월 11일 밤, 부산 앞바다에 도착해서 하룻밤을 더 지낸 다음 12일 아침 7시 부두에 접안했다. 건강상태를 진찰받고 차에 실었다. 농가를 거쳐 이틀을 지낸 어느 건물에서 잘 훈련된 수사관같은 젊은 남자 목소리가 말했다.
"김대중 선생, 왜 해외에서 국가를 반대하는 투쟁을 합니까."
"나는 대한민국을 한번도 반대한 적이 없소. 내가 반대하는 것은 정권이지 국가는 아니오."
"정부가 국가 아니오. 뭐가 다릅니까? 죽고 싶으면 계속 반대하시오."
그러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계속
by 곰돌이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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