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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서 자영업으로 전환한지 6개월

by 곰돌이풉 2019. 11. 19.

직장인에서 자영업으로 갈아탄지 반년 정도가 되었네요. 정확히 말하자면 창업이 아니라,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중입니다. 아버지가 30년 정도 하셨으니 조금 있다가 은퇴하실 예정이시고, 그때 제가 다 하게 될 것 같아요.

(인간적)
1.세상엔 별별 xxx들이 많다
회사에서 영업하러 돌아다닐 때는 B2B영업이었는데, 그때도 XXX들은 많았었어요. 그런데 자영업으로 하니 ㄴ9ㄱ 상상도 못한 XXX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가게에는 방범용 목적으로 카메라를 설치했지만, 고객들이 거짓말하는 걸 색출하는 목적으로도 카메라를 설치했어요. 

2.사람들을 볼 기회가 적다
영업하는 시간 외에 사람을 봐야 합니다. 따라서 가게를 닫아야 하는데, 임대료가 계속 나가는 입장에서는 사람들을 보려고 가게 문을 닫으면 속된 말로 피가 마르는 것 같습니다. 매출없는 날에 가게 문을 닫고 친구들을 보자면 괜히 짜증이 날 때가 있어요. 

3.가족과 함께 볼 일이 많다
내 가게이니, 가족과 함께 있어도 전혀 눈치보일 일이 없습니다. 웬만한 직장에서는 이러기 힘들거에요.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가게 문을 닫는다면, 애들이 잠들기 전에 볼 수도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갑자기 야근이 생기고, 언제 퇴근할지 모르고, 심지어 야근수당도 없던 날들을 생각하면 시간적인 측면에서는 비약의 발전입니다.

(가게 운영적)
4.혼자서 성장해야 한다
가게에 있다보니, 직장동료들 생각이 간혹 납니다. 결국 승진을 생각하면 라이벌이지만, 어쨌든 한 직장에서는 함께 고민하는 동료였어요. 그 아무리 XXX같은 성격의 상사라도, 말 안듣는 후배라도 한 배를 탄 사람입니다. 따라서 '저 사람에게서 이걸 배워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자영업은 그럴 사람이 없습니다.(저같은 경우는 아버지가 유일하겠네요) 심지어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적'이다보니, 뭘 당연히 배울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가게 운영할 때 필요한 지식, 마케팅(광고), 해당 분야 공부 등은 혼자서 알아서 해야 합니다. 본인이 지식을 몰라 고객한테 까이는 순간 '저 가게는 뭘 모른다'고 소문나기 쉽상이고, 장기적으로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노력하지 않는 대가는 천천히 찾아올 거에요. 끓는 물 속 개구리처럼.
(※특히, 마케팅과 경영 관련해서는 회사에서 공부할 수 있는 만큼 공부하시고 자영업에 뛰어드는 걸 추천합니다. 네이버광고, 구글애드, 카카오톡광고, 네이버밴드광고 등 자영업자들이 혼자 광고할 수 있는 방법들이 충분히 많이 있어요. 저비용으로 광고하는 방법은 궁리하시면 충분히 나옵니다. CPC가 뭔지, 매출과 이익의 차이점이 뭔지, 공부해 보세요. 이건 기본으로 해야 하고, 진짜 공부해야 할 건 해당 업종의 공부입니다.)

(로컬 자영업의 경우)
5.원칙적으로 영업하기가 어렵다
아버지의 아는 분, 오래된 고객,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다보니 '원칙적으로' 영업하기가 어렵습니다. 돈 계산, 시간 약속, 모든 것들이 그래요. 회사원 대 회사원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속한 '회사'의 결례가 될테니 이런 일들이 잘 없지만, 자영업, 특히 지방에서는 이런 경향이 강합니다. 처음 보는 아저씨, 할아버지, 아주머니들이 "너 언제 이렇게 컸냐"하는데 어쩌겠어요 ㅎㅎ... 아버지는 옆에서 웃고 계시고. 뭐 그렇습니다.

(가족과 동업할 경우)
6.아버지 감정 컨트를.
저는 정확히 말하자면 아버지가 뇌경색에 걸리신 적이 있어서 함께 자영업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걸리시자마자 병원으로 가셔서 큰일은 생기지 않았지만, 이제 운전을 못하세요. 그리고 감정도 민감하십니다. XXX고객 때문에 화가 나면, 일반인은 30분이면 가라앉을 화가 4시간은 갑니다. 따라서 이 감정 컨트롤은 제가 해야 하는데, 제 일 중 90퍼센트가 이 일이에요. 쉽지 않습니다.

7.매장 바꾸기.
아버지 매장 인테리어는 15년 전 인테리어 그대로입니다. 바닥 타일에 까만 점이 있고(저는 타일이 오래되면 까만 반점이 생겨 썩는줄 처음 알았어요 -_-;), 여튼 그래요. 아버지한테 '바꾸자'고 강하게 얘기하기는 힘들고, 천천-히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 바로 '바꾸자'고 하는게 아니라 2주에 걸쳐서 천천-히 얘기하면, 아버지도 넘어가세요. 

음.. 더 생각나면 적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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