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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wing

*그림책만들기: 호랑이

by 곰돌이풉 2017.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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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연필 + 무인양품 공책 + 연필로 그리고 있는 호랑이



 직업은 아니고, 나는 그냥 취미로 그림을 그린다. 원래 그림쪽으로 직업을 가지려고 생각했었는데,

어찌어찌 구르고 구르다보니(구ㄹ림체) 지금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사람 인생은 생각대로는 흐르지 않는다. 내 꿈은 7살때부터 만화가였고, 중학교 때에는 게임원화가,

고등학교 때에도 게임원화가가 직업 1순위였다. 아마 다 알만한 김형태를 사모하고, 석정현을 보며

게임원화가 외의 직업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지금 전-혀 다른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 나는 아들이 하나 있다. 지금은 26개월이고, 색연필로 스케치북과 바닥에 낙서를 할 줄 안다.



 아들이 2개월일 때부터, 아들을 위한 그림책을 만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이유는 아래와 같았다.

 

 1. 찍어낸 그림책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그래도 손재주가 없지는 않은 아빠가 아들을 위한 그림책을 그려주고 싶었다.


 2. '아들에게 그려준다는 핑계'로 하루에 한 그림만 그려도, 나도 개인적으로 그림을 꾸준히 그릴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규칙적으로 그리고 훈련이 부족한데,

 '목적'을 가지면 꾸준히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3. '그림책'을 그린다면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소방차, 동물, 꽃 등등..

 생각해보니, 예전의 나는 다양한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 것 같았다. 구글링을 해서 다양한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다.


 4. 나는 그림에 대한 '기술'은 갖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재능'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 아들도 나를 닮았다면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을 것이다. 만약 관심이 있다면 어릴 때부터 내가

 최대한 관심을 증폭시켜주고 싶었다. 그리고, 재능이 있는지 어떤지 본인이 판단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생각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진로고민은 어렸을 때부터 해야 옳다!)



(몰랐는데, 태어난지 100일 정도 되는 아이들은 흑백을 먼저 구분하고, 그 다음 빨간색을 구분하고,

점차적으로 색들을 구분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이 그림은 다 그려줘도 바로 인지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첫 모빌은 흑백모빌을 준다.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1. 무인양품에서 그림책으로 할만한 노트를 샀다.(4천원정도 한다. 굉장히 심플하다)


△이렇게 생겼다.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때타기 좋게 생겼다.



 ※무인양품(MUJI,無印良品)은 나같은 노트덕후이자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남자인 입장에서는 축복받은 곳이다.

 보통 무인양품은 쇼핑몰 안에 있어서 유모차를 끄는데도 불편함이 없고, 다양한 노트, 펜이 있으며 직접 

 써볼 수도 있다. 그리고, 무인양품 안에는 옷, 가정용 집기 등 여러 물건들을 판매하는데, 이것들을 보기

 위해서 아내가 가게를 들어가면 나도 볼 수 있다! 


 ※색연필은 어떤 것을 써도 무방하다. 본인의 경우, 집에 있는 24색 색연필을 사용했다.


 2. 하루에 한번 그림을 그려보자는 목표를 잡았다. 무엇을 그릴지, 무인양품 노트 앞장에

 아래와 같은 포스터를 붙였다.


△아이한테도 장르가 겹치지 않고, 나도 그림연습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요소를 선정했다.


3. 하나하나, 그려나간다.



호랑이의 경우, 애가 무서워하지 않을 정도의 호랑이이되 너무 귀엽지 않은 애를 선정했다.


△이런 애가 아니다



일단 구글링으로 적절한 호랑이 사진은 찾았다.



1. 연필로 따라 그린다.


연필을 너무 진하게 잡으면 색연필로 칠할 때 힘들어질 수 있어서, 

최대한 '호랑이구나'하고 알 수 있을 정도로만 따라그렸다. 

그리고 이 그림은 어디까지나 '아이용 그림책'이 목적이지, 똑같이 그려내는게 목적이 아니기도 하고.



2. 색을 입히기 시작한다.



 호랑이는 정체성을 부여하기 쉬운 동물이다. 줄무늬가 있고, 정해진 색깔이 뚜렷하게 있고, 덩치가 있다.

 파충류처럼 그리기 어렵지도 않다. 메인 색이 주황+황토색이라, 빛을 받는 부분(노란색), 그림자부분(갈색/검은색) 등

 색을 세팅하기도 쉽다. 


※밝은 부분을 단순히 '노란색' 처리하는 것은 굉장히 유치한 방법이다.

  하지만 나는 이 이상 고민할 시간이 없었고, 다음날 출근을 위해 잠을 자야 했다.

  미안해 아들.. 유치하지 않은 방법은 네가 고민해 보아라...



3. 완성!



 찍어낸 그림책처럼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글씨는 일부러 비뚤비뚤한 면을 강조시켰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색연필의 경우, 책을 자주 만질수록 피부에 묻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픽사티브(FIXATIV)라는 스프레이를 그림에 뿌린다.

 (충분히 환기가 가능한 공간에서 해야 한다. 그리고 본인의 경험담이지만, 집안에서 뿌릴 경우 

 아래 바닥이 미끄러워질 수 있다. 신문지를 깔고 집안에서 하는 방법, 또는 동네 놀이터 등

 밖에서 뿌리는 방법을 추천한다)


△픽사티브는 아트랙스에도 팔고, 웬만한 규모의 문방구점에는 판매하고 있다.

 혹시 모르니, 문방구점에 방문하기 전에 있는지 체크해 보는 것도 좋다.



 나에게 있어 호랑이는 '강렬함', '공포', '무서움'이라는 이미지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나는 둘째 이모네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고, 둘째 이모네 집에도 자주 놀러갔었다.

 이모네 집에서 뛰어놀던 때, 들어가기 무서운 곳이 한군데 있었다. 


 이모부 방.


 이모부 방을 열면, 어두컴컴한 방 끝자락에서 호랑이 그림이 나를 쳐다보는 위치에 있었다.

(그 그림은 배경도 검은색이었다) 검은 방 안은 책이 가득했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방이라 

보일러가 꺼져 있어서 더 서늘하게 느껴졌었다. 

 이 방 안에 컴퓨터가 있었다. 방 안에 들어가야 게임을 할 수 있는데, 혼자서는 그 방 안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결국 혼자 들어가기는 무서워서 동생, 사촌동생들과 같이 그 방 안에 들어가고는 했다.




 이번에 내가 그려준 그림은, 최대한 호랑이의 위압감이 덜 느껴지는 그림을 선정했다.

 


 우리 아들은 이 그림을 보고 어떤 인상을 가지게 될까.






by 곰돌이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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