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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퇴사 리뷰

by 곰돌이풉 2018. 5. 3.
 약 4개월간 미운정고운정 다 들었던 회사를 내 발로 나왔다. 일본계 회사였는데, 정말이지 간접적으로 날 나가게 하려는 잔머리에 아주 진절머리가 났다.
재취업이 확정되어서, 퇴사 및 재취업 리뷰를 허심탄회하게 썰을 풀어볼까 한다.

 (위의 짤은 퇴사 인사할 때 진짜 써먹었던 짤. 오죽 짜증났으면 진짜로 저 짤을 썼을까.)

 본인은 모 업계에서(업계가 하도 좁아서 얘기하면 다 오픈될까봐 언급하지 않겠다) 영업 담당이었다. 약 4년간 일했고, 실적도 본인 연봉 대비 12배 이상의 수익을 회사에 안겨다줬다.

 이전 회사는 일본에서 악명높은 블랙기업이었다. 과로사로 사망한 사람도 있었고, 이후 노조가 설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노조 직원들을 강제로 연봉을 사원급으로 강등시켜 노조를 파괴했다.

 이 이야기를 알게 된건 본인이 입사하고 2년이 지났을 때였다. 그러면 어쩌겠는가. 단순한 정의감에 '노조를 만들자! 부글부글'할 수 있나? 처자식이 딸린 가장이라 그렇게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주식 상장기업이니 배울 점이 있겠지, 이 업계를 한국에서 활성화시킬거야! 하는 마음으로 일했다. 그래서 퇴사했음에도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대상포진에 걸려 입원했을 때 병문안 와준 고객을 얻었다.(이분은 퇴사하고 나서도 몇번이나 만나주고 격려해주셨다. 갑과 을 관계임에도 퇴사하면 남남일텐데 먼저 연락해줘서 너무 감사한 분이다.)

영업임에도 법인카드 및 교통비 절감하라는 압박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고(심지어 많이 심해지니 고객한테 국밥 한그릇도 사줄 수 없는 영업사원이 되어 있었다.), 컨텐츠를 개발해서 제공하는 업종인데 개발할 생각은 커녕 오류만 증가하고 있었고(심지어 원인파악조차 할수 없었다. 퇴사자가 너무 많아 중간단계를 모르기 때문), 고객의 불만은 오로지 영업 책임이었다. 개발 오류 지적, 고객 불만 무마, 오후6시에 갑자기 잡힌 야근(심지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새벽 3시에 간 적도 있다), 회식하는데 "회사 문화"라는 이유로 회식비를 뿐빠이해서 내던 지난 4년.

 워라밸은 당연히 없었고, 고속승진하는 사람은 예의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이고(36살이 47살한테 소리지르는 걸 봤다. 능력을 떠나 인간이 덜 된 사람과 협업하기는 끔찍히도 싫었다), 내가 팔아야 하는 서비스는 내부 IT팀에서 개발을 너무너무 늦게 했다.(인력부족이라서 개발팀을 쪼기도 애매했다) 심지어 본사에서는 개발 안된 서비스를 계약서 체결시키라고 난리가 났다.
또 일이 터졌다. 모 한국기업이 파산하면서 서울지사 매출에도 큰 타격이 생겼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에 대한 책임을 서울지사 영업사원에게 떠맡기더라. 이게 말인가?

 이런 바보들과는 도저히 일할수 없다고 생각해서 내 발로 퇴사하겠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회사에서 내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다는 것은 인생의 손해라고 생각했고, 이는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한 회사를 파악하는데 최소 3년은 걸린다고 한다. 파악은 다 했고, 산전수전 겪으면서 일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고 사람에 대해서도 배웠다.

 퇴사하고 재취업하는데에는 2달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얻은 것은 많았다. 언어발달장애인 첫째 아들과 맨날 놀면서 아이의 언어능력이 확실히 향상되었고, 육아에서 내 역할은 주말에 같이 놀고 평일에 요리를 해주던 정도의 역할에서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토익은 공부를 해봤는데, 24시간 중 육아가 대부분이었던지라 점수가 크게 오르지는 않았다.)
잃은 것도 많았다. 일단 내 퇴직금은 다 날아갔다. 재취업 준비를 한다면, 타 기업 입사를 확정시키고 퇴사하도록 하자.

 다음에는 재취업 리뷰를 올릴 예정이다.


by 곰돌이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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