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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해군 조리병 리뷰

by 곰돌이풉 2018. 2. 22.

본인은 해군 갑판병으로 2년 1개월간(07년~09년) 근무했는데, 실제로는 조리병으로 근무했다. 부대 내 조리병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차출되었기 때문인데(당시 '행정병으로 근무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모 병장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내가 자발적으로 지원 안하면 죽을 것 같아서 직접 지원했다.), 당시에는 진짜 힘들었지만 지금은 후회하지 않는다. 적어도 요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지금도 새로운 메뉴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 간단히 리뷰해본다.


▲ 부대 내 행사때 친했던 사진병이 찍어줬던 사진. 실제 얼굴들을 보면 웃고 있지만, 이때 육체적으로 제일 힘들었을 때였다.


내가 생활했을 때(2007년~2009년) 조리병 일과는 다음과 같았다.(물론 부대마다 상이할 것이다.)

아침5시 반: (막내일 경우) 기상 및 아침밥 불 붙이기(이게 
아침6시: (선임일 경우) 기상
아침7시10분: 아침식사 배식 시작
아침9시: 아침식사 치우기 시작
아침9시30분~10시: 아침식사 치우기 끝
아침10시: 점심준비 시작
아침11시 45분: 점심배식 시작
오후1시: 점심 치우기 시작
오후1시30분~2시: 점심 치우기 끝
오후2시~4시: 중간취침(이때 잠 안자면 체력적으로 힘들어짐)
오후4시: 저녁준비 시작
오후5시반: 저녁배식 시작
오후7시: 저녁 치우기 시작
오후7시반~8시: 저녁 치우기 끝

※중간중간 육개장 라면 등 보초서는 사람들 부식 따로 줘야 함.



▲ 인터넷에 떠도는 짤방. 조리병(취사병) 삽질은 이렇게 한다. 제육볶음 하나를 볶더라도 돼지고기 뒷다리 또는 앞다리 냉동 40kg를 볶아야 하는데, 이 일을 계속 하다 보면 맨날 얼굴 위에 닿는 수증기에 뽀샤시한 피부, 엄청난 팔근육, 적절한 손목스탭 기술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삽으로 요리한다고 해서 더러운 삽이 아니다. 저 삽은 땅파는데 쓰는 삽이 아니고, 처음 제작된 순간부터 요리를 위해 제작된 삽이다. 이 삽은 군대에서만이 아니라 당신이 급식시절 영양사님, 어머님들이 사용하셨다. 엄연한 요리도구이다.(그리고, 300인분 이상 대량요리는 저런 도구 아니면 요리할 수 없다.)

조리병은 힘든 만큼 군대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차지할 수 있는 병과였다. 의식주에 직접 닿는 병과이기 때문. 물론 사람들은 좋을 때는 좋다고 얘기하지 않고 나쁠 때 불만을 얘기하기 때문에, 밥맛에 대한 부담은 상당할 것이며 절대 쉬운 업무도 아니다. 경험상, 그 어떤 병과보다 시간이 빨리 갔다. 인간은 아침점심저녁 모두 먹고 심지어 주말에도 먹는데, 다른 병과는 주말에는 웬만하면 쉬거든... 

업무가 힘든 것이 눈에 띄는 병과이기 때문에 간부들 또는 해당 부대 대빵에게서 휴가를 받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며, 웬만한 훈련도 모두 열외된다.(하지만 가끔 비정상적인 간부일 경우 훈련에 동참하라고 하는데, 훈련하게 되면 부대 전원 밥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부대 내에서 한식조리사, 양식조리사 등 자격증 취득도 가능하다. 다만 공부는 필수적으로 해야 합격할 수 있다. (이제는 편법으로 군대 내에서 자격증 취득할 수 없다. 적어도 본인이 다닌 부대는 그랬다.) 따라서 군대 내 시험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격증을 딸 생각이 있다면 확실히 공부해두자.

본인 경험상, 군대에서 배워서 사회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운전, 요리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 측면에서 봤을 때, 당신이 조리병을 선택한다면 분명 일은 엄청 힘들테지만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추천함.

by 곰돌이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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