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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onic Equipment

기상영업 리뷰

by 곰돌이풉 2018.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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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모 기상회사에서 기상영업 담당자로 몇년동안 근무하다가 퇴사했다.
그때 겪었던 일들을 간단하게 얘기하면서 리뷰하고자 한다.

본인이 다니던 회사는 외국계였고, 본인은 우연히 해당 국가의 언어를 할 줄 알았다. 잡코리아, 사람인 등등에서 구인구직을 하고 있을 때 '기상영업담당자 모집'이라는 문구를 보고, 예전 케이웨더 사장이 썼던 책이 떠올랐다. 기상업, 괜찮다고 생각해 왔는데 나도 이 업계에 몸담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운좋게 면접에 최종합격까지 가능했다. 

그런데, 최종합격하고 나서 그 회사를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블랙기업'이란 단어가 나타나더라. 2011년에 선정되었었다고(...).

그래도 한국지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다.(전부는 아니다. 어딜가나 돌아이는 있지만, 옆팀에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돌아이가 계셨다.)

회사에 대한 평가는 잡플래닛에서 확인하시고, 본인은 단순히 '기상영업'이란 직업을 간단히 설명하겠다.

1. 상품이 정해져 있다.
처음 기상업에 발붙인 사람들은 기상업이라는 것이 굉장히 무궁무진한 줄 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해운업계, 항공업계, 철도, 도로, 심지어 농업 등등에서 필요한 기상 요소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따라서 당신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팔아야 하는' 상품이 정해져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서 팔고 싶다? 아마 회사는 당신에게 '있는 걸' 팔라고 할 것이다. 100퍼센트.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고객이 해당 컨텐츠나 프로그램 개발 비용도 대고, 계약도 한다'고 해도, 그 회사가 개발할 역량이 되는지는 모른다. 보통 외주를 주고, 심지어 외국계 기상회사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따라서, (어느 회사가 비슷하겠지만) 회사가 팔라고 지정한 것을 팔아야 한다.

2. 24시간 체제로 일해야 한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날씨는 잠들지 않습니다'라는 미명 하에 직원들에게 24시간 일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요했다. (물론 회사는 직접적으로 직원에게 얘기한 적은 없다. 하지만 회사 프랜차이즈가 이렇게 적혀 있고, 실제로 잠도 자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며, 기상 오퍼레이터가 24시간 듀티 체제로 돌아가는 걸 '체감'하고 있으니 영업 직원 입장에서는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다.) 따라서 일하면서 체력이 점점 고갈되고, 피폐해지는 것을 근무하면서 체감할 수 있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피빨린다'는 느낌을 체감할 수 있었다. 몸이 이렇게 되면 기본적인 일은 물론이고, 가정에도 충실할 수 없다.

※본인이 일하던 회사에는 해운업계의 '폴링서비스'라는 것도 제공하고 있었다. (기상서비스라기보다는 선박 GPS서비스라고 보는 게 편할 듯.) 따라서 갑자기 선박 위치가 잡히지 않는다, 또는 선박 날씨가 좋지 않다, 이럴 때 연락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배는 24시간 항해하니, 나한테 전화 오는 건 새벽 1시 또는 새벽 3시. 이럴 경우가 꽤 있었다. 

3. 위의 1번에서 오는 괴리.
영업 입장에서는 고객한테 필요한 것을 팔고 싶고, 즉각 그 고객한테 도움이 되는 것을 전달하고 싶다. 하지만 내 회사의 니즈와 고객의 니즈가 불일치할때, 그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나는 영업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고객은 고객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결국 일치되지 않으면 회사가 팔고자 하는 것을 팔아야 하는데, 이게 결코 쉽지 않다.

※일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 기상청, 한국 민간 기상회사(케이웨더 포함)들이 기상업의 '파이'를 넓히고 '영업'하기 위해 책을 내고 기상업을 장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론, 책들이 그렇게 떠벌리고 다니는 것처럼 기상업은 무궁무진하지 않으며, 그렇게 돈벌이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간단히 생각해보자. 그렇게 기상업이 돈이 된다면, 왜 삼성은 기상회사를 차리거나 인수하지 않을까? 지금 IBM이 미국 기상회사를 인수해서 전망이 좋다고 하는데, 과연 정말일까?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일에 집중하는 것, 한 액션을 취하면서 나올 업계의 파장을 고려한다는 것, 장기플랜을 세우는 것 등 회사에서 배운 것도 많았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다. 하지만 기상업이라는 건 그렇게 꽃길은 아니었고, 기상영업이란 직종도 그랬다. 


by 곰돌이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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